배우 이승철 덕분에, 부도덕적인 사진을 찍지 않은 것 같아요.

사랑하는 소설가 
#밀란쿤데라 는
소설에 대해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어요.

“이제껏 알려져 있지 않은 존재의 부분을 찾아내지 않는 소설은 부도덕한 소설이다.”

이 말 앞에서
저는
자연스럽게
사진을 생각했고
사람을 생각했고
얼굴을 생각했고
부도덕한 사진을 생각했어요.

그래, 사진도 그래.

사람의 얼굴을 찍으며
그 사람도 몰랐던 그 사람을 꺼내 담으려
언제나
노력해요.

조각이든
부분이든
덩어리든
아무튼 알려져 있는 않은 그/그녀를 찾아
부도덕한 사진은 되지 않기 위해서.

2년만에
배우 #이승철 을 다시 만났습니다.

그는 전보다 훨씬 편안해 보였고 또 단단해 보였어요.

늘 웃는 그.

촬영 전 이런 질문을 하나 드렸습니다.

“승철씨는, 
지금 가지고 있는 것 중 한 가지를 버려야 한다면
무엇을 버리고 싶어요.”

“캐릭터요!”

승철씨에게 이런 제안을 했어요.

가만히 있는 당신 얼굴을 보고 싶다고.
웃으려 애쓰지 않는 당신 얼굴을 담고 싶다고.
얼굴 근육을 크고 시원하게 쓰며 말하는 얼굴 대신
얼굴 근육을 작고 단단하게 쓰며 말하는 얼굴을 찍고 싶다고.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면
어쩌면
당신도 본 적 없는 당신의 부분을 마주할 수 있을지 모른다고.

이승철은 흔쾌히 제안을 받아 드렸고
우린
부러 무엇을 하려 하지 않고
그냥 무엇을 하지 않는 나를 찍었습니다.

그렇게 만난 이승철의 부분들.

다행이에요.

승철씨 덕분에, 
적어도 밀란 쿤데라가 말한 그런 부도덕적인 사진을,
오늘도 찍지 않았네요.

승철씨,
고마워요.

승철씨,
좋은 사람, 좋은 얼굴.

응원할게요,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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