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촬영감독 다리우스 콘지.
영화 <옥자> 촬영 후 씨네 21과의 가진 인터뷰에서 정말 어마한 말씀을 하셨네요.
“이미지에 힘을 싣지 않는 것이 그 이미지를 가장 강렬하게 만드는 방법이다.”
인터뷰에서 한 그의 말을 정리하면 이런 내용입니다.
권력이 악착같이 손에 쥐려고 애쓴다고 주어지지 않는 것처럼
이미지의 힘도 우리가 그에 연연하지 않고 완전히 자유로워질 때
온전히 발현된다는 것!
드러내기 위해 뽐내는 것,
이런 것을 할 줄 안다고 드러내기 위해 기교적으로 뭔가를 한다면
이미지는 영화에 녹아들지 않고 겉돈다는 얘기죠.
와!
이건 정말...
얼굴을 찍는 제가 그런 콘지 형님의 말씀에 왜 이리 흥분하냐고요?
콘지 형님이, 감사하게도, 제가 얼굴을 담은 방식 “말하는 얼굴”의 핵심을 말씀해 주셨기 때문입니다.
콘지 형님의 말을 내 식으로 바꿔 말하면 이런 거예요.
얼굴에 힘을 싣지 않는 것이 역설적으로 그 얼굴을 가장 강렬하게 만드는 방법이다.
드러나는 얼굴(외모)를 뽐내거나
혹은 기술적으로 이런 저런 다양한 표정을 지을 줄 안다고 그것만 드러내면
나와 나의 이야기는 얼굴에 얹어지지 않고 겉돌게 되고
얼굴 사진이 아닌 그저 그런 이미지가 된다는 말씀!
콘지 형님에게는 자기의 미감을 자극하는 매혹적인 이미지에 앞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감독이 품은 ‘이야기’였어요.
자신의 역할도, 감독의 마음속에 간직한 이야기를 이미지로 옮기는
신성한 통력자라고 하더군요.
제가 늘 말씀드렸잖아요?
우리 얼굴을 찍지만, 결국 우린 어떤 ‘이야기’를 찍게 되는 거라고.
세상에, 나에게 ‘할 말’이 먼저예요.
그 ‘할 말’이 그에 딱맞는 얼굴(이미지)을 자연스럽게 끌고 올 거예요.
저도 콘지 형님처럼 제가 좋아하는 당신의 얼굴(이미지)이 아닌 당신이 품은 ‘이야기’에 더, 더 집중하고 사진으로 옮겨 볼께요.
그래야 볼 수 있데요, 얼굴을, 가장 강렬한 얼굴을.
* 스물 몇 살의 배우 정혜진은, 세상에 그 어려운 걸 해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