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 찍을 때, 멍멍하지 말고, 명명, 해 볼까요?

 

명 命 
명 名 
하 는 
사 진.

지겨울 수 있는 예이지만
김춘수의 <꽃>에서 
우리는
명명하는
즉, 사람, 사람, 사건 따위의 대상에 이름을 지어 붙이는 행동이
가진 힘을 보고 공부했었지요.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도 와서
꽃이 되었다.“

우리의 익숙함, 혹은 지겨움과 상관없이
어쩌면 
이게 예술이라 불리는 창작 활동의 핵심이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보이는 것 뒤쪽 어딘가에 있는 
보이지 않는 것들을
불러내고
이름을 지어 주는 것.

뭐 대단한 것을 세상에 전달하는 게 아니라
그저 그런 세상의 무엇을 명명하는 것.

얼굴을 찍을 때
나는 자꾸 그 생각이 들어요.

제가 주로 만나는 배우들은 제게 말해요.

나를 찍고 싶다고.

그 나를 찍는다는 것을, 
굉장히 큰 일, 
굉장히 어려운 일,로 여기는 것 같아요.

그 말로 맞을 수 있어요.
뭐 쉽기만 하겠어요.

하지만, 
그런 부탁을 받은 저의 경우
그 시작은 매우 가벼워요.

거울 앞에 앉아
거울에 담긴 나를
소리내어 불러 보라고 해요.

보이지 않던 나를 보고 싶은
보이지 않던 나를 꺼내고 싶은
그런 마음을 담아.

세규야 ~

내가 나(내 이름)를 정성껏 불러 본 적이 있나요?

보고 싶다고.
알고 싶다고.

일단 그렇게 시작해요.

우리가 우리의 얼굴에서 찍고 싶다고 하는 것
결국
우리가 우리의 이름을 부르고, 이름을 지어주는 일일지도
몰라요.

전, 그렇게 생각해요.

참, 여기있는 이 사진 한 장.

배우 안태훈이, 안태훈을 기분좋게 부르던 얼굴.

그런 얼굴.
좋은 얼굴.

안태훈_테스트_170729_030_2.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