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신을 믿나요?
- 네. 믿어야해요.
- 그런데 믿는다는 게 뭔데요?
- 네? 믿는 게 믿는거죠.
어려운 질문입니다.
저는 믿음을 꽤 오랫동안 이렇게만 생각했어요.
의심하지 않는 것.
그런데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나는 보이는 것만, 볼 수 있는 것만 믿는구나.
나는 눈과 말로 증명할 수 없지만 분명 있는,
보이지 않는 것은 의심하는구나.
나에게,
남에게,
보일 것이 없을 때
보임으로 증명할 것이 없을 때
나는 나를 믿으려해도 믿을 수 없었고
나는 나를 믿는 게 그렇게 힘들었던거구나.
그걸 깨닫고 당황하고 황당하고 민망하고…
그러나 동시에 또 마음이 시원했어요.
어쩌면
믿음은
보이지 않는 것을 볼 줄 하는
능력일지도 몰라.
믿음은
삶의 곳곳에서 흐릿하게 숨쉬고 있는 인과성을 헤어질 줄 하는
능력일지도 몰라.
믿음은
보이지 않아 잊었고 무시했고 못 느꼈던 가능성을 찾아내는
능력일지도 몰라.
그래서
믿음직스런 얼굴이란
바로 이런 능력을 가진 사람에게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는 얼굴.
그래서
믿음직스런 얼굴이란
내가 나에게 꼭 보여줘야 할 얼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