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살 청년이 ‘어른’으로 저를 깊이 찔렀습니다.

11월 10일 SayQ studio 에서 촬영을 마친 
배우 조성현님이
#필름메이커스 라는 곳에 
촬영 후기를 남겼다고 
톡을 주셨습니다.

그 중 
제가 정말 눈물나게 감사했던 말씀은 
마지막 부분, 이런 말씀이었어요.

“24년 동안 살면서
제가 본 어른 중에서 저에게 가장 많은 것을
가르쳐 주셨습니다.”

솔직하게 말하고 
솔직하게 찍은 것 뿐인데, 세상에…

그래요, 
제가, 어른이라는 얘기를 들었어요.

그런데 
잠시후
그 ‘어른’이라는 말에
알 수 없는 부끄러움이 
온 몸 전체에 돋았어요.

사실
나 하나, 나만 생각하며 살았는데…
공동체 안에서 살아가며 
자연스럽게 주어진 ‘어른’이라는 역할에
고민도, 행동도 없었는데…

그렇게 어른에, 깊이 찔렸습니다.

그럼에도 이렇게 찔러 주신 성현씨에게 감사해요.

늦지 않았어요.

어른 같이 아이, 우리 성현씨 같은 친구들을 따라하면서
다시 '어른'을 시작해도 되요.

주말, 성현씨가 있을 곳에 함께 하겠습니다.

민주주의의 세 가지 적 = 얼굴의 세 가지 적

하버드 정치학과에서는 학생들에게
민주주의의 세 가지 적,
무관심과
체념과
체제순응에
저항하라고 가르친대요.

얼 굴, 
역시 마찬가지더군요.

얼굴에 ‘나’가 안 보이는 이유.
얼굴에 ‘나의 매력’이 안 보이는 이유. 

나에게 관심이 없고
나에게 체념할 때
그래서 결국
그런 나에게 순응할 때
얼굴에서 ‘나’를 볼 수 없어요.

얼굴에서 나를 만나기 위해
우리도
무관심
체념
체제순응에







.

나를 성장시킨 룸메이트, 열등감

열등감 없는 사람 없고
열등감 에서 자유로운 사람 없겠지요.

저요?

그냥 열등감 덩어리였죠.

작은 키, 
(아, 뚱뚱한, 이라고 쓰려니 아직도…) 
뚱뚱한 몸,
그냥 얼굴,
몇 십 년 째 눈을 부릅뜨고 찾아도 잘 보이지 않던, 재능들.

필사적으로
무시도 했고, 
버리려 했지만 - 결국.

이것을 어떻게 해야 하나?

살려니 생각을 바꿀 수 밖에 없더군요.

절박했어요.

‘열등감이 있다는 걸 안다는 게 어디야?
적어도 나를 그만큼은 안다는 거잖아?’

그렇게 열등감과의 동거가 시작됐던 것 같아요.

일단 인정하고 같이 사니
처음에는 죽을 것 같았지만
흐르는 시간 덕분에
결국 익숙해지더군요.

익숙해지니, 편해져요.
익숙해지니, 자연스러워지구요.
남들이 콕! 콕! 찔러도 그렇게 아프지 않았어요.

그리고
놀랍게
그렇게 편하게, 자연스럽게 놀다가
나에게 몰랐던 어떤 점만한 가능성을 보게 되네요.

그 점이 조금씩 더 커질 수 있게 살살 굴리며 살아 왔네요.
그 가능성을 그렇게 사실로 만들어 살아 왔네요.

이게 신비였죠.

이원웅님이
“이 지겨운 열등감을 
이젠 나만의 힘으로 바꿔 볼 겁니다.” 라고 말했을 때, 
“옳거니!” 했어요.

당신도 동거를 시작하는군요.
나보다 빨리 그 녀석과 시작한 동거!

훨씬 많은 점들을 찾을 테고,
홀로 만난 가능성들을, 남들도 느낄 수 있는 사실들로 바꿔가실 거예요.

당신을 성장 시킬 가장 확실한 친구, 열등감을 룸메이트로 맞으신 것, 
진심으로 축하드려요!

너무 긴장하고 살 것 없어

"너무 긴장하고 살 것 없어." 
라고 이원우가 말합니다.

그 긴장.
척, 에서 시작되었어요.

쿨한 척.
이해심 많은 척.

나 아닌 나를 척, 척, 해내며 살았네요.

그래서 긴장하고 살 것 없어, 라는 그의 말은,
남에게 들키기 싫은 나를 인정하자는 말이네요.
그리고 그 나로 살아보자는 말이네요.

촬영 후,
알 수 없는 불편함으로 너무 힘들었지만
맘껏 울고 난 듯 후련하다는 원우씨의 말이 고맙습니다.

원우씨,
너무 긴장하고 살지 마세요! ^^

제가 사진 속에 담은 이원우는, 그 자체로 찬!란!

 

 

나에 대한 착각을 깨는 일

✭ 나에 대한 착각을 깨는 일

자신감인가요?
아니면 착각인가요?

헷갈리죠.

자신이 누군지도 모르고 들이대는
자신감은
자신감이 아니라
착각이죠.

좋은 얼굴 사진의 시작은
결국
얼굴에 대한 착각을 깨는 데서 시작하더구요.

힘들어요.
아파요.

왜냐하면
결국 나에 대한 착각을 깨는 일이라서요.

하지만
깨면,
영원히 사라질 줄 알았던 자신감이 솟아요.

신비롭죠, 참!

 

아이들에게 '얼굴'이 더 쉽게, 더 자연스럽게 나오는 이유?

아이들에게 '얼굴'이 더 쉽게, 더 자연스럽게 나오는 이유?

아이들 얼굴도 정말 많이 찍었구요.
어른들 얼굴도 정말 많이 찍었어요.

처음에는 아이들 얼굴 찍는 게 더 힘들다고 생각했어요.
처음에는 어른들 얼굴 찍는 게 더 쉬울거라 생각했어요.

말이 통, 하지 않고
말이 통, 하니까,
그럴거라 생각했죠.

웬걸요?

그거랑은 상관없더라고요.

아이들에게서 얼굴은 쉽게 툭, 툭 나와 담겨요.
어른들에게서 얼굴은 ... 캐고, 캐고, 캐야 하지요.

아이들 얼굴 담을 때는 과수원 농부가 된 느낌.
어른들 얼굴 담을 때는 광부가 된 느낌.

이유가 뭘까요?

제가 찾은 가장 결정적인 이유.

아이들은, 남에게 보여질 나에 대해 어떤 생각도 없어요!

이러면 예쁠까.
저러면 멋질까.

그런 생각없이
내 안에 있는 '나'와 '얼굴'이 정확히 연동되어 춤을 추죠.

그 차이.
그 결정적인 차이.

어른들이요?

아시잖아요.

가끔 한 예술하신 분들이 하셨던 말씀, "아이처럼 되어야 한다."

이런 뜻 아닐까요?

어떤가요?

당신은, 
당신과 당신의 얼굴을, 누구 의식하지 않고 서로에게 닿아 춤을 추실 수 있나요?

 

와, 진짜 나 같아요!

배우 #이선화 님이 모니터에 둥, 뜬 얼굴 사진을 보며 한 말.

"와, 진짜 나같아요!"

얼굴을 찍는 사람이 들을 수 있는 최고의 말.

진짜, 가 무슨 말씀인지 알겠기에
나 같아요, 가 어떤 말씀인지 알겠기에
세상에
이런 최고의 말이 없네요.

이렇게 아찔한 감사함!

고마워요, 선화씨.

그런데, 다, 선화씨 덕분인데요! ^^

 

당신인, 당신 얼굴이 제겐 작품입니다.

얼굴을 찍는다는 것.

당신을 만나 당신을 듣고 듣고 듣습니다.

당신 얼굴.
당신 작품.

얼굴을 찍는다는 것은, 제게,
당신인, 
당신 얼굴을,
'사진'이라는 무대 위에 
작품으로
올리는 일.

당신이 서 있고 // 내가 서 있고

그 '사이'에서

당신 얼굴, 
사진으로 
제겐, 작품으로 담깁니다.

당신이 작품이예요, 제겐.

4시간이 갔나요?

그래도 신이 가시질 않습니다.

좋군요.

얼굴을 서로 온힘으로 다해 찍는다는 것.

이 일이, 직업이라, 감사하고 감사합니다.

말하는 얼굴 visage parlant 를 찍는 이유에 대하여

<말하는 얼굴을 찍는 이유에 대하여>

많은 분들이 물어 보네요.
“말하는 얼굴 visage parlant” 이 뭐냐고?
그 “말하는”이 뭐냐고?
왜 “말해야” 하냐고?

첼리스트 장한나가 한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했어요.

“연주는 몸과 마음이 같은 생각을 하는 거예요. 몸은 첼로, 마음은 나.”

그래요.

저도 얼굴을 찍으며
어떻게 “얼굴”을 찍을 수 있을지 고민했지요.

고민하며 찍었고
찍으며 고민하다
이런 ‘실감’을 얻었어요.

‘나’와 ‘얼굴’이 같은 생각을 하고 말할 때, ‘나의 얼굴’이 드러나는구나!

이런 실감.
(물론 말한다는 것은 아주 넓은 의미죠.)

그래요.

배우에겐 
무대 위의 모든 것이 배우의 ‘익스텐션’ 이라고 하죠?

네, 저는 ‘얼굴’이 ‘나’의 진정한 ‘익스텐션’이 되길 바래요.

그래서, 찍어요, 말하는 얼굴 visage parlant.

멋쟁이란

멋쟁이란
멋을 잘 내는 사람이 아니라
좋아하는 것/대상을 위해
약간의 불편함과 손해를 감수하는 사람을 의미한다.

그런 멋, 쟁이 배우

김이슬.

창의성의 기본적인 출발점은 '질문'이다!

창의성의 기본적 출발점은 '질문'이다.

질문은 
호기심이 많은 사람이나
문제나 결핍에 예민한 사람들이 한다.

... 그런 의미에서 창의력의 실체는
창의적인 능력이 아니라
뭐든 의문이 생기면
'풀지 않고는 못 배기는 성격'에 있는지도 모른다.

... 모든 발견은 질문에서 시작한다.

                              <<조훈현, 고수의 생각법>> 에서

당신의 얼굴을 찍는 저는
당신이 궁금해 못 배기는 성격이에요.
그래서
질문하고
그 질문에 응하는 당신을 담은 '얼굴'을
담아요.

와~ 이런 내가 창의적이라니!

조훈현 선생님의 말씀에 
힘이 나고
괜히 으쓱해지는 아침입니다!

 

배우 유수동

<88한 얼;꼴-황희진> 꿈, 찾지 못한 게 아니라 정하지 못한 것 아닐까?

어떻게 배우가 될 생각을 했어요, 라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어느날

문득

어쩌면 내가 꿈을 찾지 못한 게 아니라, 정하지 못한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것 같았고, 

오랫동안 내 안에서 위성처럼 돌고 돌며 떠나지 않았던 배우라는 직업을, 꿈으로 정했다.

꿈은 해결 되었고

잘 할 일만 남았다.